상속재산분할협의서 작성법, 대출금·보증채무 조항을 쓰기 전 확인할 6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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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재산분할협의서 작성법, 빚 문제를 정리하지 않은 채 도장부터 찍지 마세요
대출금과 보증채무를 누가 맡는다고 적는 한 줄이 채권자에게는 어떻게 보이는지, 서명하기 전에 민법 조문으로 차근차근 따져 봅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이 글이 도움이 됩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형제자매끼리 재산을 나누기로 하고 협의서를 쓰려는데, 집과 예금 이야기는 비교적 쉽게 정리되다가도 대출금이나 보증 이야기가 나오면 말이 길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속재산분할협의서 작성법을 다룬 글은 대체로 재산을 어떻게 나누어 적을지에 초점을 두지만, 실제로 나중에 가족 사이를 갈라놓는 것은 빚을 누가 어떻게 맡기로 했는지 불분명하게 적어 둔 한 줄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 글은 협의서 전체가 아니라 상속채무를 다루는 조항 하나에만 집중해서, 서명 전에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를 조문 순서대로 안내합니다.
- 협의서에 "대출금은 한 사람이 전부 맡는다"고 적으려 하는데 은행에도 통하는지 궁금하다
- 부모님이 누군가의 보증을 섰는지, 숨은 빚이 있는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 재산보다 빚이 많을 것 같은데 협의서부터 쓰자는 가족의 재촉을 받고 있다
- 협의서에 서명한 뒤에도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가 가능한지 알고 싶다
- 협의서를 쓰면서 부모님이 한 증여를 뒤늦게 알게 되어 유류분이 걱정된다
협의서에 "대출금은 장남이 전부 부담한다"고 적으면 은행에도 통할까요?
민법 제1005조는 상속인이 상속개시된 때부터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의무를 승계한다고 정하고, 일신에 전속한 것은 제외합니다. 그리고 제1007조는 공동상속인이 "각자의 상속분에 응하여" 피상속인의 권리의무를 승계한다고 정합니다. 재산만 골라 받고 빚은 빼는 구조가 아니라 권리와 의무가 함께 넘어온다는 뜻이고, 상속채무 역시 상속분에 응한 승계가 출발점입니다. 상속재산분할협의서 작성법을 고민할 때 이 출발점을 먼저 떠올려야 협의서의 문구가 어디까지 힘을 가질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협의서의 근거는 제1013조①입니다. 유언으로 분할방법을 정하거나 분할을 금지한 경우가 아니라면 공동상속인은 "언제든지 그 협의에 의하여 상속재산을 분할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그런데 이 협의는 상속인들 사이의 합의입니다. 대출을 내어 준 금융기관이나 보증을 받은 채권자는 그 자리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대출금은 장남이 전부 부담한다"는 문장은 상속인들 사이에서는 분담 약속으로 읽힐 수 있어도, 채권자에게 장남 외의 상속인에게는 청구하지 말라고 요구할 수 있는 문장이 되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상속인 한 사람이 다른 상속인의 몫까지 채무를 맡는 약속은 민법이 정한 채무인수의 모습과 닮은 데가 있습니다. 제453조①은 제삼자가 채권자와의 계약으로 채무를 인수하여 채무자의 채무를 면하게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채무의 성질이 인수를 허용하지 않는 때는 제외합니다. 제454조①은 제삼자가 채무자와의 계약으로 채무를 인수한 경우에는 "채권자의 승낙에 의하여 그 효력이 생긴다"고 정하며, 제454조②는 승낙 또는 거절의 상대방을 채무자나 제삼자로 정합니다. 상속인들끼리만 쓴 협의서가 이 구조에서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어떤 효력을 갖는지는 약정의 내용과 사정에 따라 달라지므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채권자가 아직 승낙하지 않은 상태는 어떻게 될까요. 제456조는 제삼자와 채무자 간의 계약에 의한 채무인수는 채권자의 승낙이 있을 때까지 당사자가 철회하거나 변경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제455조는 제삼자나 채무자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승낙 여부의 확답을 채권자에게 최고할 수 있고, 채권자가 그 기간 안에 확답을 발송하지 않으면 거절한 것으로 본다고 정합니다. 결국 협의서에 문구를 적어 두는 것으로 끝낼 일이 아니라, 채권자의 승낙을 받을 것인지, 받는다면 어떤 방식으로 증거를 남길 것인지를 따로 계획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승낙을 해 줄지, 어떤 조건을 요구할지는 채권자마다 다르므로 서명 전에 미리 문의해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상속인끼리의 내부 분담 약정
협의서에 부담할 사람과 몫을 적고 채권자에게는 알리지 않는 방식입니다. 가족 사이의 정산과 책임 소재를 정리하는 데는 쓸모가 있습니다. 다만 채권자 앞에서의 효력은 채무인수의 구조에서 따로 따져야 하므로, 이 방식만으로 채권자의 청구가 막힌다고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채권자 승낙을 받는 채무인수
채무를 맡을 사람이 정해지면 채권자에게 승낙 여부를 문의하고, 승낙 내용을 서면 등 증거로 남기는 방식입니다. 절차는 번거롭지만 채권자와의 관계까지 정리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승낙이 거절되거나 조건이 붙을 수 있으므로 내부 정산 방법도 함께 적어 두는 편이 좋습니다.협의서를 쓰기 전에 상속채무부터 조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협의서는 재산 목록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등기부등본과 예금 잔액을 모아 누가 무엇을 가질지 정하고 나서야 채무 이야기가 나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민법 제1019조①은 상속인이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단순승인이나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이해관계인 또는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가정법원이 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단서도 있습니다. 채무 규모를 모른 채 협의서에 서명하면 이 판단 기간이 흘러가는 동안 정작 필요한 정보 없이 결정하게 될 수 있습니다.
제1019조②는 상속인이 승인 또는 포기를 하기 전에 상속재산을 조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협의서를 쓰기 전의 채무 조사는 바로 이 조사 권한을 활용하는 일입니다. 금융기관별 대출과 보증 내역, 카드와 할부 잔액, 임대차보증금이나 개인 사이의 차용, 세금과 공과금의 미납 여부까지 폭넓게 확인합니다. 금융 거래 내역은 안심상속 원스톱서비스 같은 제도를 이용해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는 범위가 있으나, 개인 사이의 채무나 구두 보증처럼 서류에 잡히지 않는 것은 가족의 기억과 통장 거래 내역을 서로 맞춰 보아야 합니다. 세금 문제는 세법 영역이므로 처리 방법은 세무 전문가에게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조사를 마쳤더라도 빠진 채무가 뒤늦게 나올 가능성은 남습니다. 그래서 뒤늦게 확인된 채무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나누어 부담할지도 미리 합의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다만 그 합의가 채권자에게 효력을 갖는지는 앞서 본 채무인수 구조에서 따로 보아야 하고, 상속인 사이의 정산 약속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이해하시면 정확합니다. 아래 표는 채무 유형별로 놓치기 쉬운 이유와 협의서에서 챙길 사항을 정리한 것입니다.
| 채무 유형 | 놓치기 쉬운 이유 | 협의서에서 챙길 사항 |
|---|---|---|
| 금융기관 대출 | 일부 가족만 알고 있고 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 채권자 이름과 대출 종류를 열거하고, 담보 부동산을 받는 사람과 갚는 사람이 같은지 확인합니다. |
| 보증채무 | 피상속인이 다른 사람의 빚을 보증했는지 가족이 전혀 모르는 경우가 흔합니다. | 보증 여부를 금융기관에 조회하고, 보증채무를 협의서의 대상에 포함하는지 분명히 적습니다. |
|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 | 피상속인이 임대인이었다면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이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 임대차계약서와 세입자 현황을 확인하고, 반환 책임을 누가 맡는지 정합니다. |
| 카드·할부·개인 간 차용 | 서류 없이 구두 약속이나 계좌이체 기록으로만 남아 있습니다. | 통장 거래 내역을 대조하고, 차용 사실을 뒷받침할 자료를 확보합니다. |
| 세금·공과금·치료비·장례 관련 비용 | 협의서 바깥에서 따로 정리되다가 나중에 다툼이 되기 쉽습니다. | 누가 어떤 기준으로 부담할지 정하고, 세금은 세무 전문가 확인을 거칩니다. |
표의 모든 항목을 한 번에 채울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조사한 항목과 조사하지 못한 항목을 구분해 두는 것입니다. 상속재산분할협의서 작성법에서 흔히 놓치는 부분이 바로 이 구분입니다. 어떤 채무를 확인했고 어떤 채무는 아직 모르는지를 가족이 같은 기준으로 이해해야, 새 채무가 나타났을 때 "협의서에 없었으니 모른다"와 "같이 나누기로 한 것 아니냐"로 갈라지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협의서에 서명한 뒤에도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를 할 수 있을까요?
가장 불안한 지점이 이것입니다. 협의서에 서명하고 재산을 나눈 뒤 채무가 재산보다 많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한정승인이나 포기가 가능한가 하는 의문입니다. 민법 제1026조는 상속인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보는 사유를 정하는데, 제1호는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한 때이고, 제2호는 제1019조제1항의 기간 안에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하지 아니한 때입니다. 협의서를 쓰면서 재산을 처분하거나 나눈 재산을 기준으로 등기와 인출 등을 한 행위가 제1호의 처분행위로 평가될 여지가 있는지는 사안별 판단과 판례의 영역이어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채무 규모가 불확실한 단계에서는 서명 시점을 신중하게 정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다만 제1019조③은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제1항의 기간 안에 알지 못하고 단순승인을 한 경우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여기서의 단순승인에는 제1026조 제1호와 제2호에 따라 단순승인한 것으로 보는 경우가 포함됩니다. 협의서를 쓸 때 채무 초과 사실을 정말 몰랐는지, 몰랐다면 중대한 과실이 없었는지는 조사 경위와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는지 등 구체적 사정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러므로 협의서를 쓰기 전에 채무를 조사하고 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 두는 일은 이후의 판단에서도 의미를 가집니다.
한정승인은 제1028조에 따라 상속으로 취득할 재산의 한도에서 피상속인의 채무와 유증을 변제할 것을 조건으로 상속을 승인하는 방식입니다. 상속인이 여럿이면 제1029조에 따라 각 상속인이 그 상속분에 응하여 취득할 재산의 한도에서 그 상속분에 의한 피상속인의 채무와 유증을 변제할 것을 조건으로 승인할 수 있습니다. 제1030조①은 한정승인을 할 때 정해진 기간 안에 상속재산의 목록을 첨부하여 법원에 한정승인의 신고를 하여야 한다고 정합니다. 협의서에 적은 재산의 내용이 이 목록과 어긋나면 이후 절차에서 설명할 부담이 생길 수 있으므로, 두 서류의 내용을 맞춰 두는 것이 좋습니다.
한편 협의서에 재산을 받지 않겠다고 적는 것과 상속포기는 같지 않습니다. 제1041조는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할 때 제1019조제1항의 기간 안에 가정법원에 포기의 신고를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제1042조는 상속의 포기가 상속개시된 때에 소급하여 효력이 있다고 정합니다. 협의서에 "나는 재산을 받지 않는다"고만 적고 가정법원에 신고하지 않았다면 포기를 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고, 그 상태에서 채무 부담이 그대로 남는지는 별도로 따져야 합니다. 채무를 피하려는 목적이라면 협의서의 문구가 아니라 법원에 하는 절차가 핵심이라는 점을 구분해 두시기 바랍니다.
- 1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을 기록합니다. 제1019조①의 3개월은 이 날부터 계산하는 구조이므로, 날짜와 안 경위를 메모해 두면 이후 판단에 도움이 됩니다.
- 2재산과 채무를 조사합니다. 제1019조②가 승인 또는 포기를 하기 전에 상속재산을 조사할 수 있다고 정하므로, 서명보다 조사가 앞서야 합니다.
- 3승인·한정승인·포기 중 방향을 정합니다. 채무가 재산을 넘을 가능성이 있다면 협의서 서명 전에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먼저 검토합니다.
- 4필요한 신고를 기간 안에 마칩니다. 한정승인은 재산 목록을 첨부해 법원에 신고하고, 포기는 가정법원에 신고하는 절차를 따릅니다.
채무 조항을 적는 세 가지 방식, 무엇이 어떻게 다를까요?
실무에서 채무 조항은 크게 세 가지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아래 세 방식은 서로 배타적이지 않아서 하나의 협의서에 섞여 쓰이기도 하지만, 어느 방식인지 의식하고 쓰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나중에 큰 차이를 만듭니다. 장단점을 먼저 훑어보시기 바랍니다.
먼저 정리하고 나누는 방식
상속재산으로 채무를 먼저 갚거나 정리한 뒤 남은 재산을 나눕니다. 채권자와의 관계가 단순해집니다. 다만 채무를 갚기 위해 재산을 처분하는 행위가 승인·포기에 미치는 영향은 서명 전에 살펴야 합니다.비율을 정해 나누어 맡는 방식
채무를 정한 비율로 나누어 맡는다고 적습니다. 상속인 사이의 정산은 쉬워집니다. 채권자는 이 약속에 구속되지 않을 수 있어서 상속분에 따른 청구가 그대로 올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해야 합니다.한 사람이 맡고 승낙을 받는 방식
특정 상속인이 채무를 맡고 채권자의 승낙을 받습니다. 승낙을 받으면 채권자 관계까지 정리될 수 있으나, 채권자가 거절하거나 조건을 요구할 수 있어 사전 협의가 필요합니다.어느 방식을 택하든 민법 제1015조를 함께 보아야 합니다. 이 조문은 상속재산의 분할이 상속개시된 때에 소급하여 그 효력이 있다고 하면서도, "제삼자의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고 정합니다. 소급효가 있더라도 분할이 제삼자의 권리까지 바꾸지는 못한다는 점을 보여 주는 조문이어서, 협의서와 채권자의 관계를 따질 때 참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채권자가 이 조문의 제삼자에 해당하는지와 그 범위는 사안별 판단과 판례의 영역이므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소급효가 있다고 해서 모든 관계가 처음부터 그렇게 정리된 것처럼 되는 것은 아니며, 제삼자와의 관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담보가 걸린 부동산이 있을 때는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등기부에 남아 있는 담보 내용은 협의서를 썼다고 해서 저절로 바뀌지 않으므로, 담보 부동산을 받는 사람과 대출금을 갚는 사람이 다르게 정해진다면 금융기관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사전에 확인해야 합니다. 부동산을 받은 사람이 대출금까지 맡는다고 적었다면 그 내용을 금융기관에 알려 승낙이나 변경 절차를 밟는 순서가 안전합니다. 한편 상속인이 여럿이면 상속재산은 제1006조에 따라 공유가 되므로, 협의서를 쓰기 전까지 재산은 공동 관계에 있습니다.
채무 분담 약정은 유류분 계산과 어떻게 이어질까요?
유류분은 민법 제1113조①에 따라 피상속인이 상속개시시에 가진 재산의 가액에 증여재산의 가액을 가산하고 "채무의 전액을 공제하여" 산정합니다. 그래서 채무가 얼마나 있었는지가 기초재산의 크기를 좌우하고, 곧바로 유류분 부족액에 영향을 줍니다. 상속재산분할협의서 작성법에서 채무 조항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협의서에 적힌 채무 내용이 나중에 유류분 계산서의 채무 항목과 맞물려 다시 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협의서에서 누가 채무를 맡기로 했는지와 유류분 산정에서 채무를 공제하는 문제는 별개의 층에 있습니다. 협의서에서 장남이 대출금을 맡기로 했다고 해서 유류분 산정에서 그 채무가 공제되는 방식이 달라진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제1113조①은 상속개시시에 피상속인이 가진 재산의 가액에 증여재산의 가액을 가산한 뒤 채무의 전액을 공제하는 구조이므로, 어떤 채무가 실제로 존재했는지를 증명하는 자료가 중요합니다. 반대로 상대방이 내민 계산서에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거나 이미 갚은 채무가 들어가 있다면 유류분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계산이 나올 수 있으므로, 채무 항목은 증빙과 대조해 보아야 합니다.
협의서에 서명했다는 사실만으로 유류분 청구의 시효가 멈춘다고 볼 근거는 조문에 없습니다. 제1117조는 반환의 청구권이 유류분권리자가 상속의 개시와 반환하여야 할 증여 또는 유증을 한 사실을 안 때부터 1년 안에 하지 아니하면 시효에 의하여 소멸하고, 상속이 개시한 때부터 10년을 경과한 때도 같다고 정합니다. 이 기간은 협의서를 쓰는 동안에도 흘러갑니다. 협의서를 쓰다가 부모님이 생전에 한 증여를 알게 되었다면 그 사실을 안 날짜를 기록해 두어야 하고, 협의가 길어질 것 같으면 협의와 별개로 청구 시기를 챙겨야 합니다.
협의서에 "이후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들어 있다면 그것이 유류분 포기의 의사표시로 읽히는지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상속개시 전에 한 유류분 포기는 무효로 보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지만, 상속개시 후의 포기는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보는 흐름이 있고, 이때 의사표시의 해석과 범위가 사안마다 다투어집니다. 그러므로 청구하지 않기로 하는 범위를 모호하게 적어서는 안 되고, 그런 문구가 이미 들어 있는 협의서에 서명했다면 그 의미를 따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로 유류분권리자는 제1112조에 따라 직계비속, 배우자, 직계존속이며, 유류분은 직계비속과 배우자가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직계존속이 3분의 1입니다. 형제자매는 이 규정의 대상이 아닙니다.
반환의 방식도 상속개시일에 따라 나뉩니다. 개정된 제1115조①은 유류분권리자가 피상속인의 제1114조에 규정된 증여 및 유증으로 인하여 그 유류분에 부족이 생긴 때에 부족한 한도에서 그 재산의 가액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고, 이 경우 가액의 지급을 청구한 날부터 이자를 가산한다고 정합니다. 이 개정은 2026년 3월 17일 이후 개시된 상속부터 적용됩니다(부칙 제3조). 그 전에 개시된 상속에는 종전 규정이 적용되어 원물반환이 원칙이라는 대법원 판결의 취지가 유지되므로, 상속개시일이 언제인지 확인하고 소송 시점의 법령을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빚은 내가 알아서 갚을 테니 도장만 찍어라"는 말, 어떻게 판단할까요?
협의서를 둘러싼 대화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말 세 가지를 골라, 조문에 비추어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정리했습니다. 상대방을 의심하자는 것이 아니라 말이 증거로 남지 않은 채 서명하는 위험을 줄이자는 취지입니다.
세 장면의 공통점은 말과 서류가 어긋난다는 점입니다. 협의서에 "전부 맡는다"고만 적히면 그 말의 근거와 조건은 사라집니다. 맡는 사람이 언제까지 어떤 방법으로 갚는지, 갚지 못했을 때 누가 어떻게 정산받는지까지 적어 두어야 협의서가 분쟁을 줄이는 문서가 됩니다.
서명하기 전에 순서대로 확인하는 6단계 점검표
앞에서 본 내용을 서명 직전의 순서로 다시 정리했습니다. 한 항목이라도 비어 있으면 서명을 미루고 먼저 채우는 편이 안전합니다.
- 1상속개시를 안 날과 상속인 전원을 확인합니다. 협의는 공동상속인 사이의 합의이므로 한 명이라도 빠지면 효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가족관계증명서와 기본증명서로 상속인을 먼저 확정합니다.
- 2법정상속분을 확인합니다. 제1009조는 동순위 상속인의 상속분을 균분으로 하고, 배우자는 직계비속 또는 직계존속과 공동으로 상속할 때 그 직계비속 또는 직계존속 상속분의 5할을 가산한다고 정합니다. 이 기준이 협의의 출발점입니다.
- 3재산과 채무를 조사하고 결과를 공유합니다. 조사한 항목과 못 한 항목을 구분해 가족 모두가 같은 자료를 보도록 합니다.
- 4증여·유증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날짜를 기록합니다. 유류분 청구기간은 협의서와 별개로 흐르므로 안 날짜가 중요합니다.
- 5채무 조항의 방식을 고르고 채권자 의견을 확인합니다. 먼저 정리하고 나누는 방식, 비율 분담 방식, 승낙을 받는 방식 중 무엇인지 분명히 하고, 필요하면 채권자에게 미리 문의합니다.
- 6서명 전 마지막으로 전문가 검토를 받고 서류를 보관합니다. 서명 일자, 참여자, 첨부 서류가 모두 남도록 정리하고 협의서 원본의 보관 방법도 정해 둡니다.
협의가 끝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1013조②는 제269조를 상속재산의 분할에 준용한다고 정하고, 제269조는 분할의 방법에 관하여 협의가 성립되지 아니한 때 공유자가 법원에 분할을 청구할 수 있고(①), 현물로 분할할 수 없거나 분할로 인하여 현저히 그 가액이 감손될 염려가 있는 때에는 법원이 물건의 경매를 명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②). 심판 절차 자체는 가사소송법에 따른 절차로 진행됩니다. 이 경우에도 상속채무는 협의서와 별개로 상속분에 응하여 승계되는 구조가 달라지지 않으므로, 채무 조사와 유류분 기간 관리는 협의가 안 되는 단계에서도 계속 필요합니다.
이미 협의서에 서명했다면 서명 전의 조사 결과와 서명 뒤에 새로 알게 된 사정을 날짜순으로 정리하고, 한정승인이나 포기의 기간이 남아 있는지, 유류분 청구의 시효가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부터 계산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계산에 따라 대응 순서가 달라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상속채무가 재산보다 많을 것 같은데 협의서부터 써도 되나요?
권하지 않습니다. 협의서 서명을 앞세우면 재산을 나누는 과정에서 처분행위로 평가될 여지가 생길 수 있고, 제1019조①의 3개월이 흘러 한정승인이나 포기의 선택지가 좁아질 수 있습니다. 먼저 제1019조②의 조사 권한을 이용해 채무 규모를 확인하고, 채무가 재산을 넘을 가능성이 있다면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검토한 뒤에 협의서를 쓰는 순서가 안전합니다. 이미 기간이 지났더라도 제1019조③에 따라 채무 초과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기간 안에 알지 못하고 단순승인을 한 경우라면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는 길이 있으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Q2. 형제 한 명이 대출을 전부 맡기로 했는데 은행이 다른 상속인에게 갚으라고 하면 어떻게 되나요?
제1007조는 공동상속인이 각자의 상속분에 응하여 권리의무를 승계한다고 정하고, 제454조①은 채무인수의 효력이 채권자의 승낙에 의하여 생긴다고 정합니다. 따라서 채권자가 승낙한 사실이 없다면 협의서의 약속만으로 채권자의 청구를 막을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이때 협의서는 맡기로 한 형제에게 정산을 요구하는 근거 자료로 쓰일 수 있으므로 서명 일자와 문구를 그대로 보관해 두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청구가 가능한지는 약정의 내용과 사정에 따라 달라지므로 자료를 가지고 상담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Q3. 협의서에 서명한 뒤 부모님의 증여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유류분을 청구할 수 있나요?
유류분권리자(직계비속, 배우자, 직계존속)라면 청구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제1117조의 1년은 상속의 개시와 반환하여야 할 증여 또는 유증을 한 사실을 안 때부터 진행하므로, 증여 사실을 안 날을 먼저 기록하셔야 합니다. 협의서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있다면 그것이 유류분 포기로 해석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될 수 있고, 상속개시일이 2026년 3월 17일 이후인지에 따라 반환 방식도 달라집니다. 협의서 서명이 청구 기간을 멈추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하고 서둘러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상속채무 조항 하나를 잘못 적으면 가족 사이의 분쟁이 길어지기도 합니다. 서명 전에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협의서 초안과 채무 자료를 가지고 상담을 받아 보세요. 민사법과 부동산을 전문으로 하는 엄정숙 변호사가 2013년부터 실무를 맡아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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